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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브리그에서 배우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감으로 판단하는 B2B 조직이 실패하는 이유

    드라마 스토브리그 백승수 단장이 바꾼 건 야구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였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다른 프레임으로 읽는 법, 현장의 저항을 다루는 리더십, 그리고 AI 네이티브 조직의 전제조건까지. B2B 세일즈의 렌즈로 드라마를 재해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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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Apr 02, 2026
    스토브리그에서 배우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감으로 판단하는 B2B 조직이 실패하는 이유
    Contents
    같은 데이터, 다른 결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출발점AI 도입 시 첫 반응: 데이터를 공격하지 않고 자격을 공격하는 패턴감 기반 의사결정이 만드는 B2B 조직의 구조적 문제데이터 없이 AI 네이티브는 없습니다조직 변화의 저항을 다루는 법: 제거 대신 리디렉션데이터 기반 조직 전환을 이끄는 리더십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메이저리그를 좋아하고 오타니를 제일 좋아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B2B 세일즈 조직에 데이터 기반 ‘세일즈 브레인’ 을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더 와닿았습니다.

    꼴찌 야구단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 단장. 이 사람이 한 일의 본질은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감"에서 "데이터"로 바꾼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지금 한국 B2B 조직이 AI 네이티브로 전환하려 할 때 겪는 일과 놀라울 정도로 같습니다.

    같은 데이터, 다른 결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출발점

    2화에서 백승수가 프런트 직원들 앞에서 임동규 트레이드 브리핑을 합니다. 타율 3할 3푼, 12년간 팀을 대표한 프랜차이즈 스타. 모든 사람이 이 선수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는 상황에서, 백승수는 다섯 가지 데이터를 꺼내 듭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 새가슴. 결승타가 팀 내 3위입니다. 1위 박정찬, 2위가 타율 2할 7푼의 장동수. 3할 3푼 치는 선수가 2할 7푼 치는 선수보다 결승타가 적어요. 타율이 높다는 사실이 "승부처에서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겁니다.

    • 스탯관리의 결정판. "더위에 약하다"는 통념이 있었습니다. 백승수는 이걸 뒤집어 읽었어요. 프로야구 순위는 여름에 결정됩니다. 더위에 약한 선수가 아니라 순위 결정 시점에 힘을 못 내는 선수인 겁니다.

    "우린 꼴찌가 확정된 다음에 홈런을 뻥뻥 때리는 임동규 선수가 왜 절실하게 필요한 겁니까?"

    • 변화하는 구장. 드림즈는 홈런을 가장 많이 맞았고 가장 적게 쳤습니다. 좁은 구장의 이점은 상대팀과 임동규만 누렸어요. 구장 펜스를 7미터 연장하면 임동규 홈런 12개가 빠집니다. 거포가 아니라 중장거리형 타자였던 겁니다.

    • 인성. 2년 전 팀의 에이스 투수 강두기가 임동규와 갈등 끝에 팀을 떠났습니다. 임동규의 강권에 의해서. 강두기는 이적 후 리그 손꼽히는 선발투수가 되었고, 임동규는 여전히 자기 구미에 맞는 선수단 구성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팀 케미스트리를 무너뜨리는 존재였던 거죠.

    • 세대교체. 임동규는 향후 10년을 책임질 수 없는 노장입니다. 대체 가능한 유망주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요.

    백승수가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낸 건 아닙니다. 타율, 결승타, 비거리, 시기별 성적, 선수 간 갈등 이력 — 이 정보들은 원래 다 있었어요. 같은 데이터를 다른 프레임으로 읽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온 겁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B2B 세일즈 현장이 떠올랐습니다. "이 담당자는 미팅을 월 20회나 한다"는 숫자가 있으면, 대부분의 팀장은 "열심히 하네"라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그 미팅 중에서 파이프라인이 실제로 전진한 건 몇 건인지, 클로징으로 이어진 건 몇 건인지를 같이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활동량은 높은데 기여도는 낮은 영업맨 — 이게 세일즈 조직의 임동규입니다.

    CRM에 데이터가 쌓여 있어도 "감"으로 판단하는 조직에서는 이런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데이터는 있는데,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거죠.

    AI 도입 시 첫 반응: 데이터를 공격하지 않고 자격을 공격하는 패턴

    임동규 브리핑에서 코치진의 첫 반응이 뭐였는지 기억하시나요? "야구 잘 모른다 그러지 않았어?" 데이터의 정확성을 반박한 게 아닙니다. 데이터를 들이미는 사람의 자격을 공격한 겁니다.

    이 패턴, B2B 세일즈 조직에서 AI 자동화를 도입할 때 똑같이 나타납니다.

    10년차 영업 베테랑한테 "회의록 자동 분석 결과, 이번 딜에서 고객이 경쟁사를 세 번 언급했고 예산 확보 시기가 불확실합니다"라고 대시보드를 보여주면, 첫 반응이 "AI가 영업을 뭘 알아?"예요. 데이터가 틀렸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AI가, 혹은 시스템이, 현장을 모르면서 감히 판단하려 든다는 거죠.

    유경택이 백승수한테 했던 말이 있어요.

    "홈런 한 번 못 쳐보고 삼진 한 번 못 잡아본 사람과는 저는 일하기 싫은데."

    이게 "현장 경험 = 판단의 자격"이라는 공식입니다. 감 기반 조직에서는 이 공식이 절대적이에요. 경험이 곧 권위이고, 데이터는 경험 없는 사람이 꺼내 드는 보조 도구 정도로 취급받습니다.

    세일즈 조직에서 CRM 데이터가 불편한 진실을 보여줄 때도 같은 방어가 나옵니다. "그건 숫자로 안 잡히는 맥락이 있어요." "관계라는 건 대시보드에 안 나와요." 데이터를 반박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겁니다.

    감 기반 의사결정이 만드는 B2B 조직의 구조적 문제

    드림즈가 4년 연속 꼴찌를 한 이유를 백승수는 첫 번째 미팅에서 짚었습니다. "코치진들의 파벌싸움, 양쪽 파벌이 모두 무시하는 힘없는 감독, 어느새 소속이 부끄러워진 꼴찌의 이미지, 낙후된 시설 속에 떨어지는 의욕."

    그리고 코치들 앞에서 성적표를 읽어줬죠.

    "8등, 8등, 9등, 2등, 9등, 그리고 10구단 체제에서 4연속 10등.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이 역사를 같이 하신 거죠?"

    이 장면에서 코치들이 할 말이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감으로 운영하는 조직에는 실패의 원인을 추적할 데이터가 없습니다. "왜 졌는지"를 감으로 판단하니까, 매번 "운이 나빴다", "선수가 컨디션이 안 좋았다"로 끝납니다. 똑같은 패턴의 실패가 4년째 반복되는데도 아무도 그걸 구조적으로 분석하지 않았어요. 분석할 체계가 없었으니까.

    세일즈 조직도 같습니다. "왜 이번 달은 매출이 좋았지?" "저번 달은 왜 안 좋았지?" 데이터가 없으니 추측만 할 뿐이에요. 어떤 산업군의 전환율이 높은지, 어떤 세일즈 활동이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어떤 단계에서 딜이 죽는지 —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조직이 한국에 몇이나 될까요. 1년 전 실수를 올해도 반복하면서,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겁니다.

    백승수가 성적표를 읽어준 건, 이 조직에 데이터 기반 피드백 루프가 없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데이터 없이 AI 네이티브는 없습니다

    요즘 많은 기업이 "AI 네이티브 조직"을 이야기합니다.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자동화를 하고, 지능형 CRM을 쓰겠다고. 그런데 AI가 작동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가 쌓이려면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감에서 데이터로 바뀌어 있어야 하고요.

    CRM에 "미팅 완료, 긍정적"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어떤 AI를 갖다 붙여도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밖에 말할 수 없어요. AI 에이전트가 "이 딜은 리스크가 있습니다. 고객이 경쟁사를 세 번 언급했고, 예산 확보 시기가 불확실합니다"라고 알려주려면, 그 대화 내용이 구조화되어 CRM에 있어야 합니다.

    백승수가 동생 백영수를 전력분석팀에 채용한 것도 이 맥락이에요. 백영수는 세이버메트릭스 — 야구의 통계적 분석 방법론 — 에 정통한 사람이었거든요. 선수 출신 코치들이 "공도 한번 못 쳐본 놈"이라고 무시했지만, 결국 데이터 분석이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순서가 잡혔습니다.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 →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쌓임 → AI가 그 데이터 위에서 작동

    이 순서를 무시하고 AI부터 도입하려는 조직이 실패합니다. 감으로 운영하는 조직에 AI를 올려봐야, AI에게 먹일 데이터 자체가 없으니까요.

    조직 변화의 저항을 다루는 법: 제거 대신 리디렉션

    "데이터 기반으로 바꿔야 한다"는 건 누구나 말할 수 있어요. 어려운 건 기존에 감으로 일해온 사람들의 저항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백승수가 여기서 보여준 리더십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백승수는 저항하는 코치진을 전부 잘라내지 않았습니다.

    윤성복 감독은 유임시켰어요. 그리고 역할을 나눴습니다.

    "성적은 단장 책임, 관중은 감독 책임."

    데이터로 판단하는 영역(선수 영입, 트레이드, 전력 분석)은 내가 가져가되, 경기장 안의 영역은 감독의 몫이라고 선을 그은 거예요.

    이철민 수석코치와 최용구 투수코치한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파벌 싸움, 하세요.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파벌 자체를 없앤 게 아니라, 경쟁의 기준을 정치에서 성과로 바꿔놓은 겁니다.

    이게 세일즈 조직 전환에서도 핵심입니다. 10년차 영업 베테랑을 적으로 만들면 실패해요. 그 사람의 현장 경험은 실제로 가치 있는 자산이거든요. 문제는 그 경험이 개인의 머릿속에만 있다는 겁니다. 데이터 기반 시스템은 베테랑의 경험을 조직 전체가 쓸 수 있게 만드는 장치예요.

    CRM에 자동으로 쌓이는 미팅 데이터가 그 역할을 합니다. 베테랑이 고객 미팅에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질문들, 딜을 전진시키는 화법,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감각 — 이런 것들이 녹취와 자동 분석을 통해 데이터로 남으면, 신입 영업맨도 조직의 암묵지를 학습할 수 있게 됩니다.

    백승수가 한재희한테 한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공을 던질 것도, 칠 것도 아니니까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모든 걸 다 하는 겁니다. 팀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냥 우리는 우리 일을 하는 거죠."

    데이터 기반 시스템도 공을 던지지 않습니다. 세일즈 콜을 대신하지도 않고요. 세일즈 담당자가 잘할 수 있도록 세팅을 깔아주는 겁니다. 백승수가 선수가 아니라 단장으로서 팀을 강하게 만든 것처럼.

    데이터 기반 조직 전환을 이끄는 리더십

    코치진이 감독 유임 결정에 반발하면서 "팬들의 여론은 어떡할 거냐"고 따지자, 백승수가 한마디로 잠재웠습니다.

    "여론은 아무것도 책임 안 집니다. 전 제 밥줄 걸고 책임져요."

    조직 변화를 추진할 때 "시장이 이렇다더라", "트렌드가 AI래", "경쟁사가 다 도입한대" — 이런 여론은 책임을 안 집니다. AI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전문가도, 링크드인에서 AI 시대를 외치는 인플루언서도, 당신 조직이 전환에 실패했을 때 책임지지 않아요.

    밥줄을 걸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리더만이 조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백승수가 그랬던 것처럼, 여론이 나빠지고, 내부에서 뒤통수를 치고, 결과가 바로 안 나와도 데이터가 맞다면 밀고 나가는 그 일관성. 그게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입니다.

    드림즈는 백승수가 떠난 뒤에도 폐허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이 남았으니까요. 백승수는 떠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떠나는 곳이 폐허가 되지 않은 건 저한테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감 기반의 의사결정은 그 사람이 떠나면 같이 사라집니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은 시스템으로 남아요. AI 네이티브 조직을 만든다는 건, 결국 데이터와 시스템이 조직의 판단력이 되는 구조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스토브리그를 아직 안 보셨다면, 야구 드라마가 아니라 조직 변혁 드라마로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우리 조직에서 백승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혹시 아직 그런 사람이 없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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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데이터, 다른 결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출발점AI 도입 시 첫 반응: 데이터를 공격하지 않고 자격을 공격하는 패턴감 기반 의사결정이 만드는 B2B 조직의 구조적 문제데이터 없이 AI 네이티브는 없습니다조직 변화의 저항을 다루는 법: 제거 대신 리디렉션데이터 기반 조직 전환을 이끄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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